별 : 만질 수 없지만 여전히 빛나는 것
카페 마당에 여유롭게 누워있는 고양이를 보며 아이는 네코를 닮았다했고, 난 네코는 별이 되었지라고 했다. 그러자 넌 책에서 읽었다며 별종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너의 말들은 슬프지만 아름다웠어.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은 그 날의 기억은 나에게 또 하나의 별이 되었는데 넌 혹시...알까?
외출했다 집에 들어서면 네코가 현관데크의 좁고 긴 난관위에 동그라니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잘 다녀 왔냐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마당 긴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누이면 네코는 의자옆에 몸을 말아 자리를 잡고 내 옆에 말없이 그렇게 있어줬다. 어느 날 문득 내 삶에 들어온 네코는 그 모습 그대로, 그 때 기억 그대로 내 맘속에 별이 되었다.
아름답지만 닿을 수 없는 것.
만질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것. 많이 사랑하는 것.
아스라이 멀어진 것. 기어코 사라져 버린 것. 하지만 보고 싶은 것.
난 그걸 별이라 부른다.
나에게 별이란 그런 것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우주의 항성이 아니라.
살면서 나를 스쳐간, 관통해간 모든 사람들과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달콤했든, 간질간질했든, 너무 써 눈을 감고싶든, 그것들은 먼지처럼 쌓여 내가 된다. 내 맘속에 별이 된 것들을 꺼내보다 위안도 받고, 미소도 짓고, 어느 별은 꺼내다 목 놓아 울기도 한다. 난 그렇게 별을 품은 채 살아간다.
각자의 삶에서 별은
한 때 사랑했던, 지금은 닿을 수 없는 그사람일수도
멀리 떨어져있는 엄마라는 사무치는 이름일수도
잡고 싶은 유년시절의 추억일수도
한밤에 혼자 듣는 이소라의 노래일수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일수도.

켜켜이 쌓여가는 색색의 나의 별들
별을 이야기하는 세상의 작품들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듣습니다. 중학생이 된 딸아이는 헤이즈의 별을 듣습니다.
윤동주시인의 별 헤는 밤도 읊어보고 황순원작가의 별이야기도 읽어봅니다.
아이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적의 헬리혜성 이야기를 들으며 76년이란 시간을 가늠해보기도 합니다.
별을 모티브로 만든 세상의 많고 많은 작품들 중에 청소년들과 나눈 몇 가지 작품을 소개합니다.

아를의 여인 외 24편 / 알퐁스 도데
나는 몇 번이나
별들 가운데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 위에서 잠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목동에게 음식을 전해주러 온 아가씨는 강물이 불어 돌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목동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든 아가씨. 그리고 서정적인 위의 문장으로 끝나는 도데의 소설 별.
길을 잃은 가장 빛나는 별이 내 어깨에 잠들어 있다니. 애써 그렇게 생각하려하는 20살의 목동에게 아가씨는 별같은 존재입니다. 아름답게 빛나지만 결코 닿을 수 없습니다.
잔잔하게 아름다운 이 이야기는 과연 해피엔딩일까요? 제맘은 '아름답다'보다는 '닿을 수 없다'로 기웁니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그는 어느 날 밤 바닷가 높은 낭떠러지 위에 서서 별을 쳐다보고 별에 대한 사랑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움이 절정에 달한 순간 그는 몸을 던져 별을 향해 허공으로 비상했다. 그러나 그 도약의 순간 그는 번개처럼 생각했다. 정말 되지도 않을 일이다라고. 그리고 그는 바닷가에 떨어져 박살이 났다.
그는 사랑하는 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일 그가 뛰어올랐던 그 찰나에 굳고 확실하게 그 일의 성취를 믿는 정신력만 가졌던들 그는 하늘을 날아올라가 별과 하나가 되었을 터였다.
에바 부인은 자신을 사모하는 싱클레어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람이든 일이든 내가 사랑하는 것에 확실한 믿음을 갖는다면 나 스스로가 별이 되어 끌어당기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이 책을 떠올릴때면 어김 없이 속삭임도 같이 들려옵니다. 너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되라고. 스스로 반짝이는 별처럼요.
이런 생각도 문득 해봅니다. 스스로 빛나려면 얼마나 힘들까요. 외로울까요.얼마나 강해야 할까요.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 요안나 콘세이요
그는 오래된 제조법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아는 밤은 ,
매일 그에게 새로운 별을 주문했습니다.
어떤 별이 빛을 잃어갈 때면 말입니다.
아무도 이름을 불러 주지 않는 아무개씨. 그가 누구인지,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아무개씨가 즐겨 입는 외투는 그를 닮았습니다. 잿빛 도시에 사는 그는 무표정한 잿빛 코트를 입습니다. 하지만, 잘 보진 않겠지만, 코트 안을 들여다본다면 아름다운 구름안감을 볼 수 있어요.
아무개씨도 그런 사람입니다. 나도, 당신도, 우리 아이들도 다 그런 사람이지요. 반짝이는 각자의 별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지요.
잿빛 코트만 슬쩍 보고마는 건조한 시선만 걷어낸다면 말입니다.
아이들의 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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