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 中-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한 가지 비밀을 선물처럼 가르쳐줍니다. 그 비밀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 세상에는 눈을 감고, 마음으로 보아야만 볼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이를테면 어린 왕자가 원했던 작은 양은 상자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요.
아이가 '어린 왕자'를 읽을 때 재미있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아이가 어린 왕자의 말대로 상자 속에 양이 정말로 있나 한참을 찾아보지 뭐예요. 아이가 읽은 완역본 어린 왕자는 팝업 책이었거든요. 물론 입체 상자 안에 양은 없었지요. 그냥 빈 상자였어요. 그런데 어린 왕자는 어떻게 이 상자 속에서 자기의 어린 양을 보았던 걸까요? 어린 왕자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바로 여우의 말처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힘이랍니다.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이고,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모자가 아니라 보아뱀 속의 코끼리를, 빈 상자가 아니라 양을 볼 수 있을까요? 그것은 마치 캄캄한 동굴에 빛을 비추는 것과 같지요. 빛은 어두운 우리의 눈을 밝혀주고 우리의 마음을 밝혀주어요.
그래서 오늘은 ‘빛을 비추면’ 책을 읽고, 빛을 비추어서 숨겨진 그림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신기한 씨앗 놀이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불을 끄고 손전등으로 빛을 비추어가면서 ‘빛을 비추면’ 책을 읽습니다. 엄마가 손전등을 비출 때마다 아이들은 항구를 떠나는 배를 비춰주는 등대의 빛을 발견하고, 잠든 고양이에게 햇빛 담요를 덮어주는 오후의 햇살을 느끼기도 하지요. 이렇게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아주 특별한 그림책을 마음껏 즐겨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은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지, 나도 만들어 보고 싶다’ 하면서 신기해해요. 이때 빛을 비추면 씨앗 미션 놀이를 함께해볼까요. 여우의 비밀처럼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빛이 아이들 마음속에 선물처럼 찾아오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이렇게 활동해요
빛을 비추면_In Light (김윤정, 최덕규 지음)
1. 아이들과 ‘빛을 비추면’ 책을 읽어요.
2. 도화지, A4 용지, 색연필, 싸인펜, 가위, 칼, 풀을 준비해요.
3. 도화지를 반으로 접어 앞면에 그림을 그려요.
4. 접은 도화지의 안쪽 뒷장에는 빛을 비추었을 때 나타날 그림을 그려요.
5. 접은 도화지 중간에 A4 종이를 오려서 끼우면 오려낸 부분이 더 밝게 보여요.
6. 이렇게 빛을 비추면 달라지는 그림을 그리고 씨앗동화를 써요. 누군가에게 빛이 될 메시지를 적은 그림 카드를 만들 수도 있어요.
씨앗동화 마중물 그림책
모두가 빛나요
(에런 베커 지음/ 루시드폴 옮김/ 웅진주니어/ 2020)
빛을 비추면 다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에요. ‘빛을 비추면’은 캄캄한 곳에서 손전등의 빛을 비추며 읽지만 ‘모두가 빛나요’ 책은 햇살이 가득한 곳에서 읽는 책이랍니다. 창문으로 환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어보세요. 날씨가 좋은 날 이 책을 들고 아이와 산책하러 나가도 좋겠지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노랑이 파랑을 만나 초록이 되고 빨강이 노랑을 만나 주황이 되는 것도 아름답지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글이 색에 온갖 느낌을 더하는 책입니다.
노랑은 맑고 푸른 날 내리쬐는 햇살, 파랑은 일렁일렁 파란 물결. 글 없는 그림책 ‘머나먼 여행’ 시리즈의 작가인 에런 베커가 이렇게 멋진 글도 쓸 수 있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모두가 빛난다는 작가의 메시지도 아름답지요. 빛이 없으면 우리는 색도 볼 수 없어요. 그리고 빛은 흰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색깔을 품고 있지요. 집에서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 햇빛에 비추어 보면 무지개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런 다음 빛을 비추었을 때 무지개가 생기는 그림 카드를 만들어 보고 씨앗동화도 적어볼까요?
엄마는 언제나 네 곁에 있단다!
(샘 맥브래트니 글/ 아니타 제람 그림/ 베틀북 /2012)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의 샘 맥브래트니의 또 다른 사랑 이야기입니다. 4편의 짧은 이야기가 묶여 있는데, 그 중 ‘뭉게뭉게 구름산’을 읽고 빛을 비추면 씨앗 미션 놀이를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기 토끼가 엄마랑 구름산으로 놀러 갔다가 안개를 만나거든요. 안개 속에서 아기 토끼는 엄마가 사라진 줄 알고 불안해하며 엄마를 찾습니다. 하지만 엄마 토끼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기 토끼 곁을 떠난 적이 없지요. “우리 아가, 여기 있었구나!”하고 금세 아기 토끼를 찾아냅니다. 이렇게 아기 토끼 이야기처럼 안개 속에 아기 동물이 혼자 있는 그림을 그리고, 빛을 비추었을 때 엄마가 옆에 있는 그림 카드를 만들어 보세요. 벌써 재미있는 씨앗동화가 생각나지 않으세요?
별과 나
(정진호 지음/ 비룡소/ 2017)
빛을 비추면 반대로 더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을까요?
‘벽’으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정진호 작가는 ‘별과 나’에서 자전거 불빛과 별이라는 소재로 우리에게 그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불빛이 없을 때 잘 보이는 빛, 별빛.
별을 보기 위해 불을 끄는 자전거 여행을 따라가면서 우리 내면에 있는 아름다운 별을 보기 위해 우리가 꺼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하얀 도화지 위에 하얀 야광 시트지를 오려서 붙여 보세요. 불을 켰을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반대로 불을 끄면 빛을 발하는 별빛 그림 카드를 만들고, 씨앗동화를 만들어 볼까요?
그림자 놀이
(이수지 글 그림/ 비룡소/ 2010)
빛을 비추면 생기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림자에요. 그림자가 떨어져서 엉엉 울었던 피터팬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웬디가 바늘과 실로 그림자를 다시 꿰매주자 신이 나서 방 안을 날아다녔던 피터팬 이야기 속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자놀이’ 책을 읽고 도화지에 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그림자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요? 이 책은 가로로 긴 판형을 갖고 있어서 직각으로 책을 세우고 읽으면 정말 바닥에 그림자가 생긴 것 같아요.
깜깜해 깜깜해
(하세가와 세스코 글/ 야규 겐이치로 그림/ 고향옥 옮김/ 비룡소/ 2013년 )
영유아 친구들은 이 책을 읽고 빛을 비추면 씨앗 미션 놀이를 해요. 책에 나오는 동물 친구들의 실루엣을 따라서 도화지 앞면에 그려줍니다. 접은 도화지 안쪽 뒷장에는 딸깍하고 스위치를 켰을 때 나타나는 동물 친구들의 모습을 그려요. 엄마가 ‘앗 캄캄해! 불 좀 켜줄래?’하고 말하면 아이가 손전등 불빛을 스위치처럼 켜보는 놀이를 해요. 손전등을 켜기 전엔 그림자를 보고 누구일까 생각해보고, 빛을 비춘 다음에는 아! 야옹이었구나 하고 이야기하면서 놀 수 있지요.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 지음 /김화영 옮김/ 문학동네/ 2018)
‘어린 왕자’를 읽고 씨앗 미션 놀이를 해 보세요. 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도 그려보고, 상자 속의 양 그림도 그려봅니다. 어린 왕자는 과연 자신의 별로 돌아갔을까요? 양은 장미를 먹었을까요? 먹지 않았을까요? 빛을 비추었을 때 나타나는 어린 왕자의 소행성 B612호를 그려보며 뒷이야기를 씨앗동화로 적어보면 정말 좋겠지요. 문학동네 출판사의 어린 왕자는 완역본이지만 드물게 팝업 책으로 되어 있어서 소장하고 싶은 예쁜 책입니다.
글: 김지연 꿈샘
영상: 작은씨앗, 심우경 꿈샘
사진: 김정희 꿈샘
씨앗미션: 김재연 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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