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어서 오렴, 우리 아가.’ 그러면서 나를 껴안아 주는 포옹이고요. - [안녕, 우리집]
요즘처럼 아이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적이 없는 듯합니다. 이런 시간들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지고, 집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안녕, 우리집]에서는 집이 무엇인지 여러 비유로 말해주고 있어요. 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가족과 함께 지내온 시간과 계절이 담겨있는 공간입니다. 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곳인가요?
다시 그곳에
나탈리아 체르니셰바의 [다시 그곳에]
한 여자가 버스에 오릅니다. 버스는 높은 빌딩들 사이를 한참 달려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으로 들어섭니다. 멀리 작은 집 한 채가 보이는 곳에서 여자가 내려요. 그곳에서 이마의 주름이 깊게 파이고 키도 너무 작아져 버린 엄마가 거인처럼 커버린 딸을 올려다봅니다. 이내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음식을 준비해요. 냄비의 뚜껑이 열리고 엄마의 음식 냄새를 맡는 순간, 거인처럼 컸던 딸은 점점 줄어들어 엄마보다 작은 어린 소녀로 변합니다. 엄마의 음식 냄새만 맡아도 어린 시절의 공기와 온도까지 느껴지는 걸 보면, 추억은 머리 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기억하는 듯합니다. 언제든 돌아가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곳, 한결같이 나를 반겨주는, 엄마의 음식 냄새가 가득한 그곳이 바로 우리 집입니다.
얘야, 침대 밑에서 나오렴. 저건 그냥 천둥소리일 뿐이란다. - [천둥 케이크]
낯가림도 심하고 내성적인 막내는 ‘1학년 몸살’을 오래 앓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등교에 대한 부담에 눈물 바람이 시작되지요. 그렇게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나서기까지 저와 아이의 순례의 길은 반복됩니다. 아이가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어요. 내 눈에서 보이지 않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었지요. 학교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를 위해 달콤한 간식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 특별한 재료들로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빵 2조각
부끄러움이 없는 딸기 3개
두렵지 않은 포도 1송이
눈물 뚝! 블루베리 8알
용기가 나는 생크림 듬뿍
아이가 ‘괜찮아 케이크’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케이크를 먹으며 미소 지었습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아이에게 건 낸 말이 메아리처럼 되돌아 제 가슴에 들어왔어요. 아이 못지않게 엄마인 저의 마음도 불안하고 힘이 들었나 봅니다. 아이의 괜찮아 케이크가 제 마음을 토닥이고 있는 걸 보니 말입니다.
괜찮아 케이크
1. 직접 케이크를 구우면 좋겠지만, 솜씨가 없어도 걱정하지 마세요. 시판에서 파는 작은 케이크나 컵케이크를 구매해도 좋아요. 팬케이크를 구워 여러 겹 쌓아도 맛있어요.
2. 생크림 스프레이와 여러 가지 과일들로 장식합니다.
행복한 미술관
미술관에 가면 작품을 보고도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또한 같은 작품도 오늘 나의 상태와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지요.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이는 그 모습 그대로인데 엄마의 감정과 마음 상태에 따라 긍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해요. 잔잔한 물가에 얼굴을 비춰보면 거울을 보듯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물가에 돌을 던져 파동이 일렁이면 내 모습도 일그러져 보이는 것처럼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나 봅니다.
[마음일지]의 로리킴 작가님은 한 가정의 여성이자 엄마로서 느끼는 복잡미묘한 마음을 매일매일 일기 쓰듯이 기록했다고 하지요. 일상의 기록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이 특별함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매일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정성껏 가꾼다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내 마음속에 기분의 문이 있어.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아이와 함께 오늘의 마음을 그려보세요.
아이들은 매일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립니다. 하루에도 수십 장씩 버려지는 종이가 아까워 이면지나 못 쓰는 종이들을 주는 편이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속상한 마음을 내비칩니다. 자신이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 같았어요. 저 또한 아이의 그림을 오롯이 느끼고 감상하기가 어려웠지요. 그래서 제 마음과 시선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는 지금 무의미한 낙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걸작을 위해 성실히 습작을 그리고 있다고 말이에요.
“엄마 마음은 언제나 네 편이야.”
캔버스를 구입했어요. 몽당연필 대신 색이 뚜렷한 마커와 물감도 준비해줍니다. 신이 난 아이는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아이의 그림을 작품처럼 멋지게 전시해 주었지요. 어느 새 하얀 벽은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작품들로 가득 찹니다. 어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아닌, 우리 아이의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전시하는 우리 집은 행복한 미술관입니다.
나의 작은 도서관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크게 그려 놓은 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되어 다시 펼쳐 본 그림책은 또 다른 세계를 만난 듯했어요. 짧은 글과 단순한 삽화에 담아낸 함축된 의미들은 어쩌면 어른을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이 때문에 보기 시작한 그림책에 제가 더 빠져들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잠자리에 누워 그림책을 읽어주던 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어요. 아이는 놀란 토끼 눈으로 저를 바라보며 어디가 그렇게 슬프냐고 물었어요. 아이는 책 속의 은유적인 의미까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언젠가는 알게 될 테고, 그때 엄마가 눈물 흘렸던 책으로 기억 속에 남을 거예요. “엄마는 이 부분이 슬프네.” 하며 문장을 짚어 주었고, 아이는 여기가 좋다며 자신의 마음에 든 곳을 보여 주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나의 한 문장 고르기’는 게임처럼 놀이가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고 느낀 점이 무엇인지 캐묻는 것보다, 책 속의 문장을 고르는 것이 부담 없어 즐길 수 있었어요.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따라 쓰며 수집한 문장들은 진주알 꿰듯 엮어져 가슴 한편에 쌓여 갑니다.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마다 우리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아이와 같은 책을 보며 나누던 소소한 대화, 그때 느꼈던 따스한 온기와 그 공간이 참 좋습니다.
둥지상자
새끼들은 엄마 품 속에 숨으니까 뜨겁지 않았습니다.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 [엄마까투리]
어느 날 아이와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 부산스럽게 울어대는 새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찾아보니 전기단자함에서 나는 소리였어요. 궁금한 마음에 전기단자함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풀과 흙으로 만들어진 둥지에 조그맣고 귀여운 알들이 들어 있었어요. 신기한 마음에 우리는 알들을 매일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며칠이 지나자 알이 조금씩 갈라지고 깨집니다. 아기 새는 온 힘을 다해 알을 깨지만 그 속도는 더디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저렇게 두껍고 단단한 알을 조그마한 아기 새가 깰 힘이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아기 새에게 알은 깨야만 하는 큰 시련이고 어려움입니다. 어미 새는 마음이 타들어 가는지 연신 울부짖습니다. 하지만 어미 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믿음으로 바라봐 주고 기다려주는 것뿐 아기 새 대신 알을 깨 줄 수는 없습니다. 엄마는 아이 삶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고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대신 겪어 줄 수도 없지요.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잘하고 있다고 묵묵히 지켜보는 일 밖에는. 먼 훗날 아이가 멋진 날개를 활짝 펴고 둥지를 떠나 하늘 높이 날아오를 그 날까지, 우리 집이 아이의 모든 시련과 아픔을 품어주는 둥지가 되길 소망합니다.
휴지심 새모이통
1. 휴지심에 땅콩버터를 바릅니다.
2. 잡곡과 잘게 썬 견과류를 골고루 붙여 주세요.
3. 휴지심 윗 부분에는 끈을 달아주고, 아래 부분에는 새가 앉을 수 있게 나무 가지를 꽂아 줍니다.
우유갑 새모이집
1. 우유갑을 깨끗이 씻어 말려 주세요.
2. 새 모이를 넣을 수 있게 우유팩에 구멍을 꿇어 줍니다.
3. 아래 부분에는 새가 앉을 수 있게 나무 가지를 꽂아 줍니다.
4. 우유갑을 예쁘게 꾸며 주세요.
5. 우유갑 안에는 잡곡과 견과류를 넣어주세요.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자칫 지루하거나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눈을 들어 주변을 살펴보세요. 봄이 언제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벌써 가을 바람이 차갑게 느껴집니다. 자연은 우리의 불안을 알지 못하는 듯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이 순간에도 배우고 자라가는 우리 아이들처럼 말이에요.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너무 힘을 주면, 멀리 가지 못하고 금세 지치지요. 잔뜩 들어간 어깨의 힘을 빼고, 아이와 더 많이 눈을 맞춰보세요. 아이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여주세요. 우리 집은 부모와 아이 모두가 학생이 되어 삶과 사랑을 함께 배워나가는 행복한 학교입니다.
정말 최고예요. 우리집은 행복한 학교라는 제목에 정확히, 또 빈틈없이 꽉 들어맞는다는 느낌이에요. 보는 순간 내내 미소가 지어집니다. 저도 우리집을 머물고 싶은 둥지로 만들어 싶어져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최고의 선생님인 엄마와 행복한 가정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들 정말 아름다워요.♡